그녀는 예뻤다는 외형 중심의 사회 속에서 잃어버린 자존감, 왜곡된 인간관계, 그리고 진정한 성장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웃음과 설렘 너머로 한 인물이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회복해나가는지를 진지하게 탐색한다. 단순히 남녀 간의 로맨스를 넘어, 외모 계급 기억이라는 상징을 통해 자아의 정체성과 사회적 인식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며, 우리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그리고 진짜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1. 웃음 뒤에 숨은 자존감의 서사
그녀는 예뻤다는 제목부터 강한 상징성을 지닌다. 여기서 예쁘다는 단어는 단지 외모를 지칭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이 표현을 시간과 기억, 그리고 인식의 문제로 확장하며 예뻤다는 과거형이 지금의 존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섬세하게 추적한다. 주인공 김혜진은 어린 시절 예쁘고 인기가 많은 아이였지만 성장하면서 외모와 환경이 변화하며 자존감을 잃는다. 반면 지성준은 과거 뚱뚱하고 소심했지만 성장 후 성공한 편집장이 되어 혜진 앞에 다시 나타난다. 이 극적인 반전은 시청자에게 익숙한 클리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이 드라마가 펼치는 서사의 핵심은 외모나 직업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혜진은 처음엔 자신을 숨기고 도망치려 하지만, 점차 다시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어가며 과거의 자신이 아닌,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러브라인이 아니라 나는 누구이며, 내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타인의 시선을 기준으로 자신의 존재를 축소하고 있지는 않은가. 드라마는 혜진의 내면 변화를 중심으로 자존감 회복의 과정을 감정선 깊숙이 보여준다. 이 점에서 그녀는 예뻤다는 감추어진 성장 서사라고 할 수 있다.
2. 외모와 사회적 자본, 관계의 비틀어진 구조
이 드라마는 외모와 사회적 지위가 인간관계에 어떤 왜곡을 만들어내는지를 드러내는 방식 또한 매우 전략적이다. 성준은 혜진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혜진을 외형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이 기억하는 예쁘고 완벽했던 소녀만을 찾는다. 이에 반해, 민하리는 혜진의 부탁으로 성준 앞에 대신 나서며 위장된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이 설정은 단순한 오해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우리가 타인을 기억하는 방식이 얼마나 편향적일 수 있는지를 상징한다. 성준의 기억은 시각적 이미지에만 의존하고, 그 결과 그는 진짜 혜진을 놓치게 된다. 이 구조는 외모에 대한 사회적 집착이 어떻게 진실을 가리고 왜곡된 관계를 낳는지를 드러낸다. 또한 혜진이 일하는 매거진 부서 더 모스트는 외형적 아름다움, 트렌드, 브랜드 가치 등이 가장 중시되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혜진은 처음에는 주변화되지만, 점차 실력과 진심으로 인정받는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보이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권력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권력의 이면을 꼬집는 구조다. 결국 이 드라마는 외모를 통한 입장권을 가진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간의 불균형을 주인공들의 관계를 통해 해체하고, 진짜 관계의 회복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3. 성장하는 관계,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
그녀는 예뻤다는 결말부에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지 않는다. 혜진은 다시 과거의 외모로 돌아가지 않으며, 민하리는 용기 있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자신의 삶을 다시 꾸리기 시작한다. 이 점에서 이 드라마는 매우 윤리적이며 현실적이다. 누구도 이상화되지 않으며, 모든 캐릭터는 스스로 변화하고 그 책임을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가장 인상 깊은 지점은 혜진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장면이다.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대타나 숨겨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름으로, 스스로의 콘텐츠로 세상과 마주하는 인물이 된다. 그 변화는 단지 외형이나 연애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수용하고 이전보다 단단해진 자아를 기꺼이 드러낼 수 있게 된 성장의 결과다. 이 드라마는 사랑의 감정보다 관계 속에서 진짜 나를 어떻게 세울 수 있는지를 더 본질적으로 고민한 작품이다. 결국 그녀는 예뻤다는정말 예뻤던 것은 그녀의 과거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게 된 지금의 그녀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스스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 기억은 진짜 당신을 위한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