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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 법이 외면한 정의의 그림자

by lotsofmoneys 2025. 7. 13.

Model Taxi, Shadow of Justice Turned Away by Law

SBS 드라마 《모범택시》는 현실 사회에서 법과 제도가 보호하지 못한 피해자들을 대신해 복수해주는 '무지개 운수'라는 비밀조직의 활약을 중심으로, 대리 정의의 개념과 그 한계를 조명하는 작품이다. 범죄 피해자가 고통 속에서도 도움받지 못하는 현실, 부패한 권력과 시스템의 틈새를 파고들며 등장인물들이 실현하려는 정의는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신뢰와 질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드라마는 강렬한 액션과 스릴, 그리고 사회적 이슈를 결합하며 대중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확보했다. 누군가는 틀렸지만, 누군가는 속 시원하다고 말하는 그 복잡한 정의의 얼굴을 이 작품은 정면에서 응시한다.

1. 법이 하지 못한 일, 택시가 대신한다

《모범택시》는 현실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들을 모티프로 활용해, 단지 허구가 아닌 사회 고발극으로서의 기능을 지닌다. 드라마의 핵심은 무지개 운수라는 평범한 택시회사가 실은 피해자들을 돕는 비밀 복수 조직이라는 설정이다. 이 조직은 성범죄, 갑질, 학대, 사기 등 다양한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받고, 법이 처벌하지 못하거나 회피한 가해자들을 대신 응징한다. 주인공 김도기(이제훈 분)는 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어머니가 억울하게 살해당한 후 '무지개 운수'에 합류한다. 그는 강한 육체적 능력과 냉정한 판단력,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깊은 연민을 가진 인물로, 자신의 상처를 다른 이들의 복수를 통해 조금씩 치유해 나간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시청자는 김도기의 활약에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동시에 이들이 하는 일이 법 밖의 행위라는 점에서 묘한 불안을 느낀다. 드라마는 이 딜레마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정의란 무엇인가?, 국가는 무엇을 보호하고 있는가? 라는 근본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2. 불완전한 시스템, 복수의 정당성과 위험 사이

《모범택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제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아동 학대, 교내 폭력, 권력형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등 언론에서 수차례 보도되었지만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들을 모티프로 삼아, 시청자에게는 더 이상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무지개 운수 팀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직 검사였던 장대표(김의성 분), 천재 해커 고은(표예진 분), 정비 전문가 최경구와 박진언(장혁진, 배유람 분)까지, 모두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은 과거를 갖고 있다. 이들은 복수를 정의라고 믿고 행동하지만, 그 안에는 때때로 지나침과 판단 착오도 섞인다. 드라마는 이 복잡한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모든 가해자가 동일하게 악하지 않으며, 모든 피해자가 완전히 무고하지도 않다는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절규는, 이 조직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명분이 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건 결국, 법과 제도가 '피해자 중심'이 아니라 '절차 중심'으로만 작동할 때 얼마나 많은 정의가 소외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모범택시》는 이 사각지대를 파고들며, 시청자 스스로 어떤 정의를 지지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3. 정의의 경계, 우리는 누구 편에 서 있는가

《모범택시》는 결코 복수는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해자가 끝내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가해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 틈을 대신 채우려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것은 행동하는 정의의 초상이다. 불법일지언정 누군가는 실천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시청자에게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를 되묻게 만든다. 김도기와 팀원들은 늘 갈등하며 복수의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론 감정이 앞서고, 그 판단이 후회로 남기도 한다. 그 모습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가진 인간적인 울림이다. 《모범택시》는 우리가 잃어버린 신뢰, 무너진 제도, 외면받는 고통에 대한 기록이다. 그것은 단순히 범죄를 해결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마지막 회가 끝나도,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피해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그 물음은, 오늘도 현실 너머에서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