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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의 무게

by lotsofmoneys 2025. 6. 24.

Misaeng, the weight of becoming an adult

미생은 직장이라는 사회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현실적인 드라마다. 프로 바둑기사를 꿈꿨던 주인공이 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면서 겪는 성장과 충돌, 조직 속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은 직장인을 넘어, 사회 초년생, 중년, 경력자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는 치열한 경쟁과 감정 노동 속에서도, 결국 사람이 남는다는 진심을 전한다.

1. 장그래,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시작

미생은 바둑을 인생의 전부로 살아온 청년 장그래가 프로 입단 실패 이후 사회라는 거대한 바둑판에 뒤늦게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다. 그는 명문대를 나오지도 않았고, 화려한 스펙도 없다. 그저 하나뿐인 특기였던 바둑을 내려놓고 상사의 눈치를 보며 복사기 앞에 서 있는 비정규직 인턴으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장그래는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준비되지 않은 채 사회에 던져진 청춘, 조직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정답을 외워도 문제를 풀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버티는 이들의 상징이다. 드라마는 장그래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겪는 눈치 보기와 자존심 다지기, 실패와 조심스러운 도전,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단순한 인물 중심 성장기가 아니다. 그가 마주하는 동료들, 상사들, 타 부서의 직원들까지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로 입체감 있게 묘사된다. 그 결과, 장그래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모든 직장인의 군상이기도 하다. 시청자는 어느 순간, 장그래만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상식 과장, 안영이 사원, 김대리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 공감은 이 드라마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2. 조직이라는 이름의 사회

미생의 배경은 한 대기업의 영업팀이다. 수많은 드라마들이 사무실을 그저 갈등과 연애의 무대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직장이라는 공간의 진짜 구조를 보여준다. 보고 체계, 회의 문화, 기획서 작성, 타 부서와의 이견 조율, 클라이언트 설득. 이 모든 장면이 극적인 장치 없이도 극도로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 안에 녹아 있는 진짜 일하는 사람들의 감정 때문이다. 오상식 과장은 후배를 지키기 위해 위에서 내려온 부당한 지시를 무시하고, 장백기는 압박 속에서도 자신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쓴다. 안영이는 여직원이라는 틀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냉정함과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이 드라마는 그 어떤 화려한 대사보다 속삭이는 듯한 감정과 선택으로 진짜 현실의 무게를 전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성과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이다. 성과 없는 존재는 무가치한 존재로 간주되고, 성과를 만들어도 라인이 없으면 도태되는 구조. 이는 단지 극 중 설정이 아니라 많은 조직이 가진 보편적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미생은 냉소로만 흐르지 않는다. 매 회, 인물들은 한 번의 선택과 대화, 작은 연대와 인정으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살아남는다. 결국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사람들이 때론 상처 주면서도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전해진다.

3. 완생을 향한 미생들의 기록

미생이라는 단어는 바둑에서 유래한다. 완전히 살아남지 못한, 그러나 아직 죽지 않은 상태. 드라마는 제목 그대로 완전하지 않은 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장그래는 회사의 시스템 안에서 늘 경계 밖의 존재다. 정규직이 아닌 채로 시작했고, 어떤 배경도 없이 오직 실력과 성실함으로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실패도 겪고, 부당함도 경험하며, 때론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 책임을 홀로 감당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사람에게도 희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상식적인 사람이 결국 이긴다는 것, 진심은 언젠가 전해진다는 것, 혼자 버티는 것 같아도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것. 그 믿음이 무너지지 않는 한, 우리는 모두 아직 미생이지만 완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이야기는 말한다. 미생은 직장인의 교과서라 불리며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가 있다. 그건 단순히 현실 묘사가 정확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심과 격려가 모두에게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각자의 사무실에서, 계약서 앞에서, 컴퓨터 화면을 보며 한숨 쉬는 모두에게 미생은 말한다. 당신은 잘하고 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