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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하나, 사랑의 배움

by lotsofmoneys 2025. 6. 29.

Twenty-five, twenty-one. Learning of love

'스물다섯 스물하나' 는 IMF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들의 성장과 사랑, 그리고 잊히지 않는 이별을 그린 드라마다. 펜싱이라는 스포츠와 언론이라는 직업, 두 세계를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교차 서사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그 시절이란 말로 묶이는 감정의 복합성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이 작품은 결국 스물다섯과 스물하나였기에 가능했던 열정과 실수,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했던 시간을 이야기한다.

1. IMF, 펜싱, 그리고 스물하나의 감정선

이 드라마는 단순한 청춘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1998년, IMF 외환위기라는 한국 사회의 거대한 전환점에서 시작된다. 사회가 무너지고 가족이 해체되며, 누구도 미래를 확신할 수 없던 그 시절, 펜싱 선수 나희도와 기자 지망생 백이진은 서로를 통해 버티고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희도는 고등학생이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치열한 선수다.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불안정하지만 생기 넘치는 청춘 그 자체다. 반면 백이진은 IMF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현실을 견디는 어른의 모습을 먼저 겪은 인물이다. 이 둘의 만남은 마치 뜨거운 불꽃과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처럼, 서로를 자극하고 위로한다. 드라마는 단순한 연애 구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가 자신만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는지를 중심에 둔다. 희도의 성장과 투지, 이진의 책임과 슬픔은 스물다섯과 스물하나라는 나이가 품고 있는 감정의 복잡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그 시절의 감정을 낭만적으로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시절에만 존재할 수 있었던 감정의 진심을 제대로 포착했다는 점이다. 청춘은 늘 예쁘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부셨던 이유는, 그 순간에 전부를 걸 수 있었기 때문이다.

2. 사랑은 지켜주지 못해도 진심이었다

이 드라마의 가장 인상적인 구조는기억이다. 이 드라마는 미래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나희도의 딸이 엄마의 일기를 통해 그 시절을 읽고, 희도 본인도 잊고 있던 감정과 마주하게 되는 구조는, 시청자에게도 자신만의 스물하나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진과 희도의 관계는 결국 함께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별은 예고된 결말처럼 찾아온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이별을 실패로 처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란, 함께하지 않아도 진심이었다면 충분히 의미 있다고 말한다. 가장 눈물 나는 장면은 함께했던 순간이 아니라, 이별 후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기억하는 부분이다. 백이진은 기자로 성공한 뒤에도 나희도의 이름이 들어간 뉴스는 단 한 번도 읽지 않는다. 희도는 성인이 된 뒤에도 다시 이진과 마주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일기와 사진, 편지, 눈빛은 모든 것을 설명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는 사랑이 지속되거나 성공해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스물다섯과 스물하나였기 때문에 지켜낼 수 없었지만, 그때의 감정은 영원히 남아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또한, 서브 캐릭터들 역시 각자의 성장 곡선을 그리며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펜싱부 동료 고유림과의 갈등과 우정, 미묘한 질투와 화해, 가족의 무게, 사회적 시선과 같은 구성 요소는 각자가 살아가는 세계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 드라마는 단지 주인공 둘의 이야기가 아닌, 1998년을 살아낸 모든 청춘에 대한 헌사다.

3. 그 시절은 끝났지만, 감정은 남는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는 끝내 이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잊히지 않는다.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이고, 누군가에게는 첫 이별이며, 누군가에게는 모든 감정이 가장 진심이었던 한 시절의 기록이다. 이 드라마는 기억을 조명한다. 기억이란 편집되고 희미해지지만, 어떤 순간은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이진과 희도의 사랑은 바로 그런 기억이다.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은 거창한 교훈이나 메시지가 아니다. 다만, 그 시절의 나는 진심이었어라는 고백 한 줄이면 충분하다. 그 감정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을 견딘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고, 그 시간 속에 살았던 자신을 이해하고, 또 사랑하게 된다. 이 작품은 그래서 위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는 끝내 사랑하지 못한 두 사람의 이야기이자, 끝까지 사랑했던 두 사람의 기록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본 모든 사람은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 시절의 나는 정말 뜨겁고, 바보 같고, 그래서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