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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가드, 불멸이 던지는 질문

by lotsofmoneys 2025. 7. 17.

Old Guard, Immortal Questions

《올드가드》는 초인적인 불멸의 능력을 지닌 전사 집단이 현대 사회에서 벌이는 전투와 도덕적 갈등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액션 영화다.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닌,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들의 고뇌와 인간성의 본질을 파고드는 이 영화는, 폭력의 반복 속에서도 정의와 윤리의 경계를 고민하는 드라마로 깊이 있게 해석될 수 있다.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앤디를 중심으로, 불사의 존재가 인간 세계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또 단절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액션 장면 이면에 숨겨진 존재론적 질문은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다.

1. 죽지 않는 자들의 피로한 삶

영화 《올드가드》는 한마디로 불사의 고통을 다룬 작품이다. 앤디(샤를리즈 테론)를 필두로 한 불멸의 전사들은 수백 년간 인류의 그림자 속에서 전쟁과 재난, 억압에 맞서 싸워왔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는 언제나 비밀로 유지되어야 하며, 그 누구에게도 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설정은 일반적인 슈퍼히어로 서사와는 다르다. 이들은 절대적인 선이나 영웅으로 포장되지 않고, 그들의 선택이 항상 옳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인간을 잃고, 기억하며, 때로는 실수하고 후회하며 살아온 존재들이다. 앤디는 극 초반부터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죽지 않는 삶은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며, 사랑하는 이를 모두 떠나보내야 하고, 자신이 한 행동이 정말 세상을 바꾸었는지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의감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다. 불사의 전사들은 단순히 강한 존재가 아니라, 무수한 실존적 질문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감정의 집합체다.

2. 불멸성과 윤리, 영웅의 해체

영화는 중반부부터 새로운 전사 나일(키키 레인)의 등장을 통해 불사의 삶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논의를 확장시킨다.
① 나일의 등장 인간성과 불사의 충돌
나일은 미군으로 복무 중 사망했다가 기적적으로 회복하며 불멸의 전사로서 각성하게 된다. 그녀는 처음에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점차 이 능력이 누군가를 위한 것임을 이해하게 된다. 그녀는 불사의 삶에서 '선택의 윤리'를 가장 선명하게 상징하는 인물이다.
② 앤디 시간에 지친 리더의 해체
앤디는 리더이지만, 불멸이 끝나가고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며, 수백 년간의 전투가 결국 무의미했을지도 모른다는 회의에 빠져 있다. 앤디의 이러한 피로감은, 전통적인 영웅 서사를 비판적으로 재조명하는 장치다.
③ 코플리 역사의 기억 장치
코플리는 불사의 존재들이 남긴 작은 선한 영향을 기록하며 그들의 존재가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증명해낸다. 이 장면은 영화가 제시하는 가장 감동적인 반전이다. 불멸의 존재들이 눈치채지 못한 방식으로, 그들의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증거가 드러난다. 결국 《올드가드》는 영웅은 전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의 작은 선의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3. 결말과 숨은 의미 불멸은 책임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앤디가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장면으로 끝난다. 즉, 그녀에게도 끝이 도래한 것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긴장감이 아니라, 그녀의 내면에 있던 회의와 절망, 인간에 대한 애정이 새로운 희망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상징한다. 앤디는 죽을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인간에 더 가까워지고, 나일은 처음엔 두려워했던 불사의 존재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이 둘의 감정선은 영화가 불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불멸은 권력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의 반복이며, 책임의 연속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역사를 끌어안는 사람만이 진정한 불사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올드가드》는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영화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엔 불멸이라는 테마를 철학적으로 해체하려는 의도가 있다. 죽지 않는 존재가 진정으로 인간적인 이유는 그들이 사랑하고, 후회하고, 책임지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죽지 않는 삶이 아니라, 기억되는 삶이 더 중요하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진실을 되짚는 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