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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 곧 죽습니다 - 죽음 앞에서 되찾은 삶의 의미

by lotsofmoneys 2025. 6. 23.

Lee Jae, I'm about to die - the meaning of life restored in the face of death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는 2025년 상반기 OTT 플랫폼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콘텐츠 중 하나로, 웹툰 원작의 판타지 설정과 철학적 메시지를 절묘하게 결합해 시청자들의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평범하고 존재감 없던 주인공이 갑작스레 '죽음을 반복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액션 스릴러가 아닌, 인간 존재의 본질과 선택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삶과 죽음, 복수와 용서, 우연과 운명의 교차점에서 인물들이 선택하는 다양한 갈래는 시청자 스스로에게도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자극적인 설정에 머무르지 않고 깊은 인간 이해로 나아간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다.

1. 평범한 남자, 신의 선택을 받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이름처럼 강렬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이재는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회사원으로,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버티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신'은 그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다. 앞으로 열 번 죽을 수 있게 해주겠다.그 순간부터 이재의 삶은 완전히 바뀐다. 처음에는 이 죽음의 반복이 단지 생존을 위한 미션처럼 보인다. 하지만 곧 이재는 깨닫는다. 죽음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리셋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른 인생의 가능성과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반드시 희망만을 담고 있지 않다. 작품은 '죽음'이라는 소재를 자극적이거나 공포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이라는 필연적 사실을 마주하며,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특히 죽음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삶이라는 설정은 불교적 세계관이나 실존 철학과도 맞닿아 있으며,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선 사유의 여지를 제공한다. 이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죽음 속에서 한 걸음씩 진짜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러한 설정은 시청자에게도 감정적으로 깊이 침투하며, 평범한 삶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2. 액션과 사유의 균형, 장르를 뛰어넘는 내러티브

이재, 곧 죽습니다는 설정만큼이나 장르적 실험이 뛰어난 작품이다. 액션, 미스터리, 판타지, 심리극 등 다양한 요소를 품고 있지만, 무엇 하나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제를 확장하고, 이재라는 캐릭터를 점차 입체적으로 만든다.
1. 액션의 밀도
이재는 죽을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죽는다. 사고사, 타살, 질병, 희생, 심지어는 자살까지. 이 모든 상황은 단순한 죽음의 재현이 아니라, 그의 삶이 가지고 있던 약함과 회피를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한다. 각 죽음에는 치밀한 액션 시퀀스가 들어가 있지만, 그것이 단지 박진감으로만 소비되지는 않는다.
2. 인물과 감정의 밀도
이재는 죽음을 반복하면서 주위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풀어가는 과정을 겪는다. 직장 상사, 과거의 친구, 부모님, 짝사랑하던 사람. 죽음을 거듭할수록 그는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게 되며, 시청자는 매 회차 새로운 감정의 물결을 경험하게 된다.
3. 철학적 주제의식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작품이 죽음을 단순히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닌 통과해야 할 과정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삶의 연장선에서 반드시 경험해야 할 무엇으로 기능하며, 이는 곧 삶의 의미를 되짚는 철학적 성찰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이재, 곧 죽습니다는 장르 드라마의 껍데기를 입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깊고도 날카로운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3. OTT 오리지널의 수준을 끌어올린 도전

2025년 OTT 콘텐츠는 글로벌화와 대중성 강화에 중점을 두는 흐름 속에서, 이재, 곧 죽습니다는 오히려 철학적이고 내향적인 작품으로 그 반대편에 서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이 드라마를 차별화된 콘텐츠로 만들었다. 많은 OTT 시리즈들이 빠른 서사와 과도한 자극에 의존하는 반면, 이 작품은 속도를 늦추고 생각할 시간을 준다.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도록 만든다. 이재의 변화는 곧 시청자의 변화로 이어지며, 마지막 회차에 이르러 관객 스스로도 삶과 죽음, 인간관계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또한 연출과 음악, 촬영 모두 웰메이드 드라마의 정석을 따르고 있어 시청의 피로감 없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배우 서인국의 내면 연기는 이재라는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며,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잡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결국 이재, 곧 죽습니다는 단지 한 남자의 죽음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해야 할 존재의 질문이 녹아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콘텐츠 이상의 체험이며, 2025년 OTT 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힐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