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은 2025년 상반기 OTT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 중 하나였다. 왕따를 투표로 정한다는 충격적인 설정과 더불어, 여고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심리전과 생존 게임은 단순한 학원물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축소판으로 기능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이 작품은 가해자 없는 폭력, 묵인하는 방관자, 시스템의 냉정함 등 현실 속 권력 메커니즘을 언급하면서, 단순히 자극적인 설정 이상의 묵직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교실이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 잔인한 게임은, 우리가 외면해왔던 사회적 잣대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1. 설정부터 충격적인 게임의 룰
피라미드 게임은 시작부터 강력한 세계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울에 위치한 명문 여고에서 학생들은 매달 '피라미드 게임'이라는 투표를 통해 F등급으로 낙인찍힌다. 이 F등급 학생은 한 달 동안 폭력을 당해도 누구도 제재하지 않는 합법적 왕따가 된다. 이 설정은 단순히 자극적인 서사가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따돌림을 상징적으로 끌어올린 장치다. 주인공 성수지(장다윤 분)는 전학 첫날, 아무런 설명 없이 이 게임에 휘말리게 된다. 그녀는 왜는 질문을 던지며 시스템을 거스르려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전, 이간질, 조작, 권모술수 등은 실제 사회의 축소판처럼 그려진다. 작품은 단지 폭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폭력을 낳는 구조, 침묵하는 대중, 기득권의 방관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다는 점을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 더 나아가 피라미드 게임은 각 캐릭터의 심리와 배경을 통해 왜 가해자가 되었는가,왜 침묵했는가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이는 단순히 피해자-가해자의 이분법을 넘어서, 구조적인 악의 본질을 조명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교실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점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2.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파괴되는 윤리의식
피라미드 게임의 백미는 캐릭터들의 심리전과 그것이 붕괴해가는 과정이다. 겉으로는 평범하고 조용한 학생처럼 보이던 인물들이 게임이 지속되며 점점 자신을 방어하고, 동시에 타인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변화해간다. 인간은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이 작품은 냉정하게 보여준다. 등장인물 중 일부는 권력 유지와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가해 행위에 가담하며, 일부는 침묵과 외면으로 가담한다. 그리고 성수지와 같이 시스템에 반기를 들려는 인물은 철저히 배척당하거나 조롱당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익숙한 구조를 떠올리게 된다. 회사, 정치, SNS 어느 공간이든 약자를 소비하고 침묵하는 문화는 존재한다. 특히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피해자조차 시간이 흐르며 또 다른 피해자를 찾는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고통이 끝나야만 자신의 고통이 멈춘다는 착각은 결국 폭력을 재생산하는 기제가 된다. 이는 현실에서도 자주 반복되는 심리적 방어기제이며, 이 드라마는 그러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드러낸다. 감독은 교실을 무대 삼아, 우리가 쉽게 말하지 못하는 윤리의 경계를 시험한다. 정의로운 선택은 무엇인가, 모두가 나를 외면할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드라마적 긴장을 넘어서 인간의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시청자에게도 똑같이 던져진다.
3. 자극적인 소재를 넘어선 사회적 작품
피라미드 게임은 표면적으로는 매우 자극적인 학원 폭력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구조적 폭력, 집단심리, 방관의 책임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 드라마를 보며 괴물 같은 캐릭터들을 경멸하게 되지만, 동시에내가 그 상황에 놓인다면?이라는 불편한 상상을 하게 된다. 결국 피라미드 게임은 인간 내면의 약함을 드러낸다. 그것은 무력함이자, 동시에 순응이고, 또 때로는 나약한 폭력이다. 이 드라마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말 대신,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밟아야 하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콘텐츠를 넘어서 현실 사회에 그대로 이어진다. OTT 콘텐츠가 자극적인 소재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함의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라미드 게임은 매우 의미 있는 콘텐츠다. 시청자 리뷰와 온라인 반응이 뜨거운 이유는 단순히 재미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외면해온 현실을 날카롭게 조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뷰, 등장인물 분석, 결말 해석, 사회적 메시지 등 다양한 글감이 뻗어 나갈 수 있는 확장성 또한 뛰어나다. 단순한 드라마 소개가 아닌, 구조적 공론화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 콘텐츠는 반드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